고성군 진부령미술관이 지난 8일부터 ‘이북으로 간 화가 25인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조선화가 9인, 유화가 16인의 작품 130여점이 전시돼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평소 볼 수 없는 북한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장은 3개의 테마 섹션으로 구성했다.
섹션1은 김용준, 정종여, 리석호 화가의 작품을 전시한 ‘월북 조선화가 태두 3인전’이다. 근원 김용준은 광복 후 서울대학교와 동국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948년 그의 호를 딴 수필집인 ‘근원수필’을 출간하기도 했다.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조선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 서울대학교 예술대학의 임시 학장을 맡았고, 그 해 가을 후퇴하는 조선인민군을 따라 월북했다.
김용준은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월북 이후로까지 이여성과 ‘복고주의와 속류화’ 논쟁을 줄기차게 전개한 이론가이자 화가다. 발군의 학문적 토대와 화업의 발전을 자신의 미술세계에 끊임없이 응용하며 역사와의 대화를 전개한 한국 근대사 최고의 미술사가이자 평론가로 평가받고 있다. 수화 김환기가 가장 그리워한 동료이기도 하다.
섹션2는 월북 조선화가 거장 6인전으로 정현웅, 황영준, 최도렬, 림홍은, 리건영, 배운성 화가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유화가 발달한 북한 화단에 남한의 조선화 대가들의 합류로 인한 충돌과 융합은 북한 미술계의 풍요로움을 한껏 고양시켰다.
마지막 섹션은 월북 유화가 거장 길진섭, 이쾌대 등 16인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월북 미술가들의 작품세계를 심미적으로 감상할 수 있고 그들이 추구해온 미학의 세계를 고찰해 볼 수 있다.
길진섭 화가는 중학시절부터 미술에 뜻을 두고 그림을 배워 일찍부터 전람회와 개인전에 많은 유화작품을 출품했다. 그의 작품은 간결한 필치, 깊이 있는 색조가 특징으로 눈에 띄지는 않으나 보고 나면 인상에 오랫동안 남아있게 한다. 조선미술박물관에는 국보적 가치가 있는 그의 작품들이 소장돼 있다.
전석진 진부령미술관장은 “이번 전시회가 분단의 장벽으로 인해 우리 안에 내재한 선입견을 걷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우리시대 분단의 아픔을 뒤돌아보며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민족의 동질성을 환기시키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시회 기획 의도를 밝혔다.
지산 기자 haareezee@hanmail.net
‘소몰이’ 정현웅, 판화, 1965년.
‘고향을 떠나는 일가족’ 림홍은, 조선화, 연대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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