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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마을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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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해주실 장소의 이름과 주소는 무엇인가요?
문암1리 사거리 (구) 담뱃집 앞 평상(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항길 56)
2. 이곳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도시 친구들에게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가 있다면, 저희 동네 꼬마들에게는 바로 이 사거리가 그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딱히 누군가와 몇 시에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아도 집 밖으로 나오면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스르륵 모여들던 마법 같은 곳이었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의 '오프라인 단톡방' 같았다고 할까요? 화려한 미끄럼틀이나 푹신한 우레탄 바닥 같은 건 없었지만, 이 사거리 공간 전체가 저희에게는 거대한 테마파크였습니다.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오늘 하루도 신나게 놀아보자'는 설렘이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3. 이곳에 앉아 있으면 어떤 소리나 냄새가 나나요? 혹은 어떤 풍경이 가장 먼저 보이나요?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눈이 시리도록 쨍한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과 그 아래 놓인 빛바랜 낡은 평상입니다. 예전에는 저 평상 위로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 대여섯 분이 나란히 앉아 계셨어요. 그 곁을 지나갈 때면 동네의 온갖 소식들이 오가는 구수한 수다 소리가 끊이지 않았죠. 옛날에는 마을 안에 정류장이 없어서 마을 밖 정류장으로 버스를 타러 가려면 무조건 이 앞을 지나야 했기 때문에 늘 사람 냄새로 북적이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도 조용해서, 텅 빈 공기 속으로 가끔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만 들릴 뿐이에요.
4. 여기서 했던 일 중 가장 기분 좋았던 작은 순간 하나만 들려주세요.
용돈을 받으면 일명 '담뱃집'이라 불리던 저 슈퍼의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서 꼬깃꼬깃한 동전을 털어 불량식품을 한 움큼 사 들고나왔을 때가 가장 기분 좋았습니다. 다양한 불량식품을 마구마구 까먹으며 친구들과 사거리를 쏘다니던 평화로운 오후가 참 좋았어요.

사실 저 평상은 동네 어르신들의 전용 VIP 라운지(?) 같은 곳이라 꼬마인 저희가 감히 엉덩이를 붙일 엄두는 못 냈습니다. 대신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꾸벅 인사를 드렸죠. 어르신들이 "뉘 집 앤교?" 하고 물으시면 "저 OO네 손녀예요~" 하고 큰 소리로 외쳤는데, 그럼 "아이고, OO네 손녀가 벌써 이만큼 컸네~ 많이 컸다!" 하시며 온 동네가 제 성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반겨주셨어요. 일종의 동네 수동 안면인식 시스템 같았던 그 시간들이 돌이켜보면 참 마음 따뜻해지는 기억입니다.
5. 나에게 이 장소는 한 마디로 'OOO'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에게 이 장소는 한 마디로 '길냥이들의 핫플 (구. 인간들의 사랑방)'입니다.
시간이 무심하게 많이 흘러버려서 이제는 동네 어르신들도 보이지 않고, 북적이던 담뱃집도 빈집이 되었다는 사실에 가끔은 묘하게 서글픈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어느 날 슥 보니, 깨진 유리창 틈 사이로 동네 고양이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수시로 드나들고 있더라고요. 인간들의 발길은 끊겼지만, 여전히 저 공간이 고양이들에게 훌륭한 사랑방이자 안락한 은신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참 다행스럽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몇 년 뒤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이 장소가 변하지 않고 꼭 그대로였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라 언젠가는 허물어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촌스러울 정도로 쨍하게 빛나는 저 파란 지붕과, 길냥이들의 VIP 전용 프리패스 출입구가 되어버린 깨진 유리창 문틈만큼은 당분간 있는 그대로 머물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사랑방 영업은 종료되었지만, 고양이들도 모여서 츄르를 나눠 먹으며 수다 떨 동네 아지트 하나쯤은 꼭 필요할 테니까요. 그들이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이 낡고 다정한 풍경이 조금만 더 오래 버텨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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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소영 작성일 26-05-0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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