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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얼룩진 마음에 쉼표를 건네다, 가진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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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해주실 장소의 이름과 주소는 무엇인가요?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오롯이 파도 소리에 마음을 내어주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에 위치한 '가진해변'입니다. 주소는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 가진리 일대로, 근처에는 고성의 명물인 가진항과 바다 조망이 멋진 감성 카페들이 다정하게 줄지어 자리 잡고 있습니다.
2. 이곳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가진해변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느꼈던 것은 '세상의 소음이 순식간에 멈춰 선 듯한 거대한 해방감'이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모래사장으로 걸어 들어서는 순간, 머릿속을 복잡하게 어지럽히던 모든 생각과 고민들이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단숨에 쓸려 내려가는 기분이었지요.

눈앞에 펼쳐진 파랗다 못해 아득한 동해 바다는 그 존재만으로도 압도적인 위로를 건네주었습니다. 빽빽한 빌딩 숲에서 좁아졌던 시야가 수평선 끝까지 탁 트이면서, 깊고 큰 숨을 한껏 들이쉬게 되더군요. 시끄럽게 붐비지 않고 오롯이 바다와 바람, 그리고 나만의 시간이 흐르는 듯한 정적 속에서 "여기 오길 정말 잘했다"는 안도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몽글몽글 차올랐습니다.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묵직한 삶의 무게를 잠시 모래사장에 내려놓을 수 있었던 다정한 순간이었습니다.
3. 이곳에 앉아 있으면 어떤 소리나 냄새가 나나요? 혹은 어떤 풍경이 가장 먼저 보이나요?
모래사장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으면, 가장 먼저 밀려왔다 부서지는 파도의 일정하고 웅장한 호흡 소리가 귓가를 채웁니다. 잔파도가 모래알을 쓸고 지나갈 때 나는 '자르르' 하는 소리와 바람을 타는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완벽한 자연의 교향곡을 만들어내지요.

바람이 불어올 때면 코끝에 짭조름하면서도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진한 바다 내음이 스쳐 갑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청록빛 물결과,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검은 바위들입니다. 하얗게 부서지는 흰 거품 파도가 끊임없이 백사장을 간지럽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의 어떤 화려한 예술 작품도 이 자연의 풍경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겨 나가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4. 여기서 했던 일 중 가장 기분 좋았던 작은 순간 하나만 들려주세요.
어느 나른한 오후,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지고 따뜻하게 데워진 모래사장을 맨발로 천천히 걸었던 순간입니다. 푹신한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파도가 자작하게 밀려드는 바닷물 끝자락에 발을 살짝 담갔을 때의 그 짜릿함과 시원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차가운 바닷물이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히고, 파도가 물러가며 발밑의 모래를 스르르 앗아갈 때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이 터져 나왔지요. 근처 카페에서 사 온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보며 보낸 10분 남짓의 시간. 아무런 걱정도, 다음 일정에 대한 부담도 없이 그저 바다와 나 단둘이 존재하는 듯했던 그 짧고 소소한 순간이 내 삶에 가장 완벽한 '진짜 휴식'으로 남아있습니다.
5. 나에게 이 장소는 한 마디로 'OOO'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에게 가진해변은 한 마디로 '마음의 세탁소'입니다.

일상이라는 일터에서 사람 치이고 일에 치이며 누렇게 때가 묻고 구겨진 마음을 가지고 찾아오면, 이곳의 거센 파도와 시원한 바람이 그것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펴주기 때문입니다. 가진해변은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이나 불안, 스트레스를 다 받아주고도 남을 만큼 넓고 깊은 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답답했던 마음을 훌훌 털어내고, 파도 소리에 지친 감정을 헹궈내다 보면 어느새 비워진 마음 자리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잘 살아낼 수 있는 맑고 다정한 에너지가 가득 차오릅니다. 지칠 때마다 나를 다시 깨끗하게 정돈해 주는 고마운 안식처입니다.
6. 몇 년 뒤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이 장소가 변하지 않고 꼭 그대로였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도, 가진해변이 품고 있는 '특유의 호젓함과 아담하고 정겨운 풍경'만큼은 꼭 그대로 남아있어 주길 바랍니다.

요즘은 예쁜 바다마다 지나친 개발로 인해 화려한 대형 건물들이 들어서고 본래의 매력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가진해변만큼은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소리, 고즈넉한 백사장의 유연한 곡선, 그리고 바다를 품은 어촌 마을의 날것 그대로의 다정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흘러 내가 조금 더 늙고 지친 모습으로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에도, "여전히 나는 여기 이렇게 넓고 조용하게 있어" 하고 변함없는 푸른 빛으로 나를 맞아주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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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성문화재단 작성일 26-07-3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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